창백한 조명 아래 듬성듬성 붙어 있다
책상을 끌어안고 책의 숨소리를 읽는다
책 속에 넘어야 할 산들이
차곡차곡 접혀 있다
책갈피 사이사이 보리수 그늘 냄새
책 속에 길이 있을까 활자를 따라간다
한곳에 오래 앉아 점점
굳어가는 등딱지
칸막이마다 구호들이 어둠을 견딘다
더듬이를 세우던 하늘소 하나가
차가운 침낭 속에서
우화를 꿈꾸고
하늘이 보이지 않는 하늘소 독서실에
수백 권 문제집을 몇 년째 갉아먹던
등 굽은 장수하늘소
어디론가 날아간다
정지윤 시인의 <하늘소 독서실>
친구들의 놀러 나오라는 제안도 마다하고
공부에만 매진하고 있는 학생들,
취업준비생들이 많이 있죠.
불이 환한 독서실에서
꿈을 꾸는 학생들이
언젠가는 장수하늘소가 되어
멀리, 높이 날아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