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배추밭
어떻게든 견뎌보려고
서로에게 달라붙어들 있다
살점들의 기억이다
언뜻 보면 한 몸 같아도
죽음을 걷어내면 삶까지 딸려 나올 것 같아
멀찍이 보고만 선 겨울 배추밭
지나치고 나서야
돌아보는 사이처럼
배추와 배추 사이
그 걸음
함부로 뽑아버릴 수가 없는 거다
이향 시인의 <경계>
죽은 배춧잎이
산 배추들의 이불이 되고
죽은 배추의 뿌리가
산 배추들의 거름이 되는 것을 보면
삶과 죽음이
따로 분리돼 있는 게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