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2 (토) 한 삽의 흙
저녁스케치
2018.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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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한 삽 퍼서 화분에 담으니
화분이 넘친다
한 삽의 흙이 화분의 전부인 것이다
언젠가 길거리에서
물을 먹고 있는 화분을 지켜보았다
물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은
한 송이 꽃이었다

꽃에게는 화분이 전부였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한 삽의 흙이면 충분했다

우리가 한 삽의 흙이라 부를 만한 것들이 있다
이를 테면
아버지의 입에서 흘러나오던 동요를
따라 부르던 시간,
열이 난 이마에 올려놓은
어머니의 손
그녀가 내게 전송해준, 두 개의
귤 그림
떨어져 있어도 함께한 것들을 생각나게 하는
짧은 문자 메시지들
그것들은 신이
미리 알고 우리 속에 마련해 놓은
화분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그 속에서 꽃 피는 일은 자연스러웠다

하상만 시인의 <한 삽의 흙>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기억,
언제 떠올려도 행복해지는 기억,
사랑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기억들...
우리를 활짝 피어나게 하는 기억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