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손녀의 손을 잡고 뜰을 거닌다
가을도 다저녁이어서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국화만이 홀로 환하다
이제 제법 말문이 트인 아이는 질문이 많다
눈이 오면 꽃들은 어떻게 살아요?
추워지면 뿌리만 잠을 잔단다
아! 그러니까 씨를 뿌리지 않아도 되는구나
뭘 안다는 듯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쌀쌀해진 바람에 양 볼이 발갛다
그런 날 있을 것이다
흔들리는 뿌리 부여안은 채 울 수밖에 없는
그런 날 있을 것이다
뿌리만 잃어버리지 않으면 되는구나
위안 하나로 견디는 날 있을 것이다
가을도 다저녁이어서
나는 문득 아이의 손을 다잡는다
차현각 시인의 <가을도 다저녁이어서>
자존감이 무너지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을 때,
내 편이라 믿었던 사람이 배신을 할 때,
삶 전체가 뿌리 뽑힐 것처럼 흔들리지요.
그래도 견뎌내 뿌리를 잃지 말아주세요.
겨울을 견딘 꽃처럼 따뜻한 봄날 다시 웃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