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21 (수) 벽과 문
저녁스케치
20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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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옛 벽은 없지요
열리면 문이고 닫히면 벽이 되는
오늘이 있을 뿐이지요
새로울 것도 없는 이 사실이
사실은 문제지요
닫아걸고 살기는 열어놓고 살기보다
한결 더 강력한 벽이기 때문이지요
벽만이 벽이 아니라
때론 결벽도 벽이 되고
절벽 또한 벽이지요
절망이 철벽 같을 때
새벽조차 새 벽이 될 때도 없지 않지요
세상에 벽이 많다고 다
낭비벽이 되는 건 아닐 테지요
벽에다 등을 대고 물끄러미 구름을 보다보면
벽처럼 든든한 빽도 없고
허공처럼 큰 문은 없을 듯하지요
이 세상 최고의 일은 벽에다 문을 내는 것

자, 그럼 열쇠 들어갑니다
벽엔들 문을 못 열까
문엔들 벽이 없을까

천양희 시인의 <벽과 문>


단단한 벽을 허물면
어둠으로 가득 찼던 세상에
하늘이 들어오고, 새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오가는 사람들과 슬쩍 눈인사도 하게 되겠죠.
새로울 것 없던 세상도 새롭게 보일 겁니다.
마음에 벽에 문을 내보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