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26 (월) 긍정의 풍경
저녁스케치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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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를 타면,
앉은 사람이나 선 사람이나
모두 긍정의 풍경이 된다
아무리 완강했던 부정도 오래 견디지 못하고
끄덕끄덕 긍정의 풍경이 된다
덜컹거릴 때마다
급정차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어쩔 수 없이 인정하는 긍정
다소곳하게 단전에 합수하고
꼬고 앉은 불량한 다리로도 긍정
옆 사람 어깨를 빌려서 하는 의존형도 있고
침까지 흘려야 하는 몰입형 긍정
목젖이 다 보이도록 떡 벌리는 꼴불견형 긍정
가끔 너무 몰입하다가
내려야 할 정거장 지나치는 연체형 긍정
탈 때부터 시작하는 절대 보수파 긍정
부정할 줄 모르는 긍정형 긍정
마주앉아 서로에게
끄덕끄덕 예(禮)를 다하는 것이
진정한 긍정의 풍경이다

오영록 시인의 <긍정의 풍경>


좁은 골목골목을 지나는 마을버스는
자주 덜컹거릴 수밖에 없죠.
승객들은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고개를 끄덕이고
졸면서 한 번 더 끄덕, 급정거할 때는 강하게 끄덕입니다.
그러고보니 이거 참, 긍정의 힘이 넘치는 버스 안 풍경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