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30 (금) 막차
저녁스케치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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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남은 것이 없으면
반쯤은 성공한 거다
밤을 새워 어둠 속을 달려온 열차가
막다른 벼랑 끝에 내몰린 짐승처럼
길게 한 번 울부짖고
더운 숨을 몰아쉬는 종착역

긴 나무의자에 몸을 깊숙이 구겨넣고
시린 가슴팍에
잔 숨결이나 불어넣고 있는
한 사내의 나머지 실패한 쪽으로
등 돌려 누운 선잠 속에서
꼬깃꼬깃 접은 지폐 한 장 툭 떨어지고
그 위로 오늘 날짜
별 내용 없는 조간신문이
조용히 덮이는

다음 역을 묻지 않는
여기서는 그걸 첫차라 부른다.

이덕규 시인의 <막차>


11월의 기차는
지금 달리는 기차가 막차입니다.
이제 몇 시간 뒤면 종착역에 다다르겠죠.
내리기 싫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그래도 너무 아쉬워하지는 않으려합니다.
막차 뒤에는 다시 첫차가 올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