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단풍잎처럼 얇아서
디뎌 밟으면
바스러질 무엇이 거기 있다
그때쯤이면
꼭 무엇이던가 디뎌 밟으며
떠나는 것이 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이런 것을
견디어낸다는 것일까
견디어낼수록
그렇게 되어가는 것일까
요즈음 며칠에
십 년이 늙었다
고개를 숙이면
단풍 든 이파리가 아주 말라서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나해철 시인의 <내 마음의 가을>
떨어진 낙엽이 밟히는 이 계절은
두고 온 것이 없는데도 두고 온 듯 허전하고
떠나간 것이 없는데도 문득 허전해집니다.
이게 나이 들어가는 통증일까...
바스락바스락 낙엽 바스러지는 소리에
우리 마음도 바스러지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