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 밑에는 노란 감국화가 한 무더기 헤죽, 헤죽 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꽃빛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뺨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따라왔다는 걸 문득 알았다
집에 와 물에 찬밥을 둘둘 말아 오물오물거리는데 눈구멍에서 눈물이 돌고 돌다
시월은 헐린 제비집 자리 같다
아, 오늘은 시월처럼 집에 아무도 없다
문태준 시인의 <시월에>
시월이 오면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해져요.
혼자 있는 집, 혼자 먹는 밥,
혼자 걷는 거리가
유난히 외롭고 적막하게 느껴지죠.
아무래도 서늘한 가을바람이
늙은 오이와 토란잎, 꽃과 나무를 지나
이제 우리 마음을 지나가고 있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