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할 때 가장 힘든 건
기억을 옮기는 일
식탁의 기억, 소파의 기억
책상의 기억, 침대의 기억
싱크의 기억, 변기의 기억까지도
기억은
멀미가 심해서 기억은
멀리 데려가지 못한다
희미하게 불 켜진 기억의 집
기억은 고집이 세다
홍은택 시인의 <이사의 기억>
이사를 가기 전에
마음속으로 그동안 살았던 집과 인사를 나누죠.
찬찬히 눈에 담고 사진으로 찍기도 하고...
하지만 이사를 가고나면
전 집에 있었던 기억은 점점 희미해집니다.
기억이 쉽게 옮겨오지 않는 건
새 공간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라는
옛 기억의 배려가 아닌가 싶습니다.
잊혀야 새롭게 다시 채울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