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8 (월) 내 안의 시인
저녁스케치
2018.10.08
조회 480
모든 사람의 가슴속에는 시인이 살고 있었다는데
그 시인 언제 나를 떠난 것일까

제비꽃만 보아도 걸음을 멈추고 쪼그려 앉아
어쩔 줄 몰라하며 손끝 살짝살짝 대보던
눈빛 여린 시인을 떠나보내고 나는 지금
습관처럼 어디를 바삐 가고 있는 걸까

맨발을 가만가만 적시는 여울물 소리
풀잎 위로 뛰어내리는 빗방울 소리에 끌려
토란잎을 머리에 쓰고 달려가던
맑은 귀를 가진 시인 잃어버리고
오늘 하루 나는 어떤 소리에 묻혀 사는가

바알갛게 물든 감잎 하나를 못 버리고
책갈피에 소중하게 끼워두던 고운 사람
의롭지 않은 이가 내미는 손은 잡지 않고
산과 들 서리에 덮여도 향기를 잃지 않는
산국처럼 살던 곧은 시인 몰라라 하고
나는 오늘 어떤 이들과 한길을 가고 있는가

내 안에 시인이 사라진다는 건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최후의 인간이 사라지는 거라는데
지팡이로 세상을 짚어가는 눈먼 이의
언 손 위에 가만히 제 장갑을 벗어놓고 와도
손이 따뜻하던 착한 시인 외면하고
나는 어떤 이를 내 가슴속에 데려다놓은 것일까

도종환 시인의 <내 안의 시인>


언제가의 우리는
웃음도. 눈물도. 감성도 풍부했고
세상에 신기한 것도, 소중한 것도 많았었는데...
가슴속에 시인을 너무 멀리 떠나보낸 탓인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