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신도림역에 내리면
화살들이 정신없이 쏟아진다
계단을 올라가라
옆으로 돌아가라
앞으로 가라
밑으로 내려가라
건너가라
곧장 가라
그 쪽으로 가지 마라
백화점은 여기다
돌지 마라
양말은 이게 좋다
치약은 저것이다
여기가 최고다
발밑을 조심해라
화살에 맞고도
그 많은 사람들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잘 가고 있다
신미균 시인의 <화살표>
일상에서 섬이 된 듯
외로워지는 순간을 꼽자면
복잡한 지하철역에서
길을 헤맬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방향을 못 잡는 나를 사이에 두고
빠르게 스쳐 지나는 사람들을 보면
순간, 내가 도시의 이방인처럼 느껴지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