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들 먹다 남은 밥이며 반찬이 아내의 끼니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타박도 해보지만 별무소용이다
버리고 하나 사라 얼마 된다고 빤스까지 꿰매 입나
핀잔을 줘도 배시시 웃는데야 더 뭐라 할 수도 없다
지지리 궁상이다 어쩌랴
엄마의 지지리 궁상이 아버지 박봉을 불리고 자식 셋을 키워낸 것이니
아내의 지지리 궁상이 내 박봉을 불리고 자식들을 키울 것이니
그래서다 고백컨대
우리 집 가계는 대를 이은 저 지지리 궁상이 지켜낸 것이다
박제영 시인의 <거룩한 계보>
빠듯한 살림에
나갈 돈은 매달 정해져 있으니
엄마는, 아내는, 지지리 궁상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때 우린 엄마에게
그러지 말란 타박이나 핀잔이 아니라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해야했던 것 아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