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않고서도
노래를 멈추지 않는
우리집 항아리들
우리와 함께
바다를 내다보고
종소리를 들으며
삶의 시를 쓰는 항아리들
간장을 뜨면서
침묵의 세월이 키워준
겸손을 배우고
고추장을 뜨면서
맵게 깨어 있는
지혜와 기쁨을 배우고
된장을 뜨면서
냄새나는 기다림 속에
잘 익은 평화를 배우네
마음이 무겁고
삶이 아프거든
우리집 장독대로 오실래요?
이해인 수녀님의 <장독대에서>
장독에 들어있는 장들은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익어갑니다.
겸손하게 제 맛을 찾아가지요.
묵을수록 더 깊은 맛이 나는 장들처럼
우리도 그렇게 깊이 익어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