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아무리 말려도 날아가지 않는
습기
말릴수록 젖어 가는
옷자락
그것은
어깨 가득 짊어진
등짐
벗을수록 무거워지는
짐
그것은
젖은 채로
짊어진 채로
껴안아야 하는
세계
길용숙 시인의 <산다는 것은>
물기를 잔뜩 머금어
척 하고 달라붙은 옷자락처럼
당장이라도 벗어버리고 싶은 게 삶이지만
젖은 옷도 입고 있다 보면 언젠가는 마르겠지요.
억지로 벗으려 해도... 말리려고 해도 안 된다면
마음을 놓고 시간에게 맡겨보는 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