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12 (수) 납작한 풍경
저녁스케치
201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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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내가 집에 없응께 집 터서리에 풀이 천지라
저것들은 잘 뽑히지도 안해여 뽑아도 뽑아도
뿌리에 흙이 타박하게 붙어서 잘 죽지도 안 한데이

채울 것 없던 헛간을 밀어내고 만든 텃밭
어머니 질긴 풀을 뽑으신다
저것들도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게다
못 쓴다고 눈에 들지도 못하는 것들
질기게 살아야 씨라도 뿌리는 걸
되도록 납작하게 엎드려
콘크리트 담이라도 숨구멍이 있는 곳이면 뿌리를 내려야 하는 것을
봄날 따신 밥 위에 얹히지도 못한 독한 풀
납작하게 눌러 붙어 잘 잡히지도 않는 것을
한 줌씩 뜯다가 후벼 파다가
더러 뽑히기도 하다가
주절주절 할 말이 많아진다
끝끝내 고분고분하지 않은 몇은
땅을 움켜쥐고 멍울멍울 자란다

그래도 저것들도 희꾸무리한 꽃이 핀데이

김주애 시인의 <납작한 풍경>


글쎄 어디 가서 귀한 대접은 못 받아도
태어났으니 최선을 다해 살아봐야겠죠.
고분고분하지 않게 질기게 살아서
희꾸무리한 꽃을 피워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