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14 (금) 공터의 마음
저녁스케치
2018.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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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살고 있는 곳에 공터가 있어
비가 오고, 토마토가 왔다 가고
서리가 오고, 고등어가 왔다 가고
눈이 오고, 번개탄이 왔다 가고
꽃소식이 오고, 물미역이 왔다 가고

당신이 살고 있는 내 마음에도 공터가 있어

당신 눈동자가 되어 바라보던 서해바다가 출렁이고
당신에게 이름 일러주던 명아주, 개여뀌, 가막사리, 들풀이 푸르고
수목원, 도봉산이 간간이 마음에 단풍 들어
아직은 만선된 당신 그리움에 그래도 살 만하니

세월아 지금 이 공터의 마음 헐지 말아다오

함민복 시인의 <공터의 마음>


사랑했던 사람이 떠난 자리를
그리움으로 채웠던 적이 있지요.
가끔 쌓아둔 그리움을 꺼내며
겨우 겨우 살아가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살만합니다.
공터처럼 텅 비었던 마음에는
그리움 대신 추억이 만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