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위층 여자가 물었었다 무슨 일을 하느냐고
저ㅡ어 그ㅡ냥ㅡ
어색하게 웃고 말았었다
이른 아침
말쑥하게 차려입고 출근하는 그녀를
엘리베이터 안에서 또 만났다
그녀는 거울 앞에서 손가락에 걸린 자동차 열쇠를 달랑이면서
머리칼을 귀에 꽂았다 뺐다 한다
내 손에는 음식물 쓰레기통이 들려 있었다
갑자기 내 안의 수많은 얼룩이 새어 나왔다
흐르지 못하고 쌓여 있던 것들이
지독한 냄새를 피웠다
냄새에 걸려 넘어졌고 무릎이 깨졌다
배어나오는 피,
한 번 만들어진 얼룩은 쉽게 표백되지 않는다
지우려 할수록 오히려 선명해진다
눈빛이 얼룩에 와 멎는다
이제는 꼼짝할 수가 없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고 별안간 말더듬이가 된다
우연한 곳에서 느닷없이 때때로
여밀 수 없이 펼쳐지고 마는 나,
내가 나를 두 팔로 끌어안는다
얼룩이 바람처럼 잠시 나를 통과해 가고
나는 또 수많은 얼룩의 바탕이 된다
박홍점 시인의 <얼룩>
내 작은 모습들이
삶의 얼룩처럼 느껴진 적이 있습니다.
감추려 할수록 내가 가진 얼룩들은 더 크고 선명하게 보이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새하얀 채로 남았겠지만
이 또한 살기 위해 애쓴 흔적이니까...
나의 부족함도 끌어안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