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을 빚는다
무른 반죽을 떼어 손바닥 위에 굴린다
엄지로 옴폭하게 모양을 만들고
소(素)를 넣어 끝을 여민다
지난 한가위엔 팔순의 아버지와 함께
마루에 앉아 송편을 빚었지
아버지는 송편을 참 예쁘게도 빚었네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
올해 한가위엔 아버지가 없고
아버지가 빚은 갸름한 송편도 이 세상에 없고
쪄내면 푸른 솔잎이 붙어 있던
뜨끈한 반달 송편 하나
선산엔 아버지를 넣고 빚은 커다란
흙 송편 하나
그리고 나에게는 예쁜 딸이 둘
고영민 시인의 <송편>
“아버지가 송편을 참 잘 빚으셨는데...”
“어머니가 배를 참 좋아하셨는데...”
명절이면 부모님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우죠.
그러다보면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지기도 하지만
부모님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아이들이 있어
다시 웃을 수 있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