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만큼 울었다 생각할 때
강물은 어느덧 바다에 닿아 있었다.
온갖 이유를 달고 밀려서 내려온 강물은
바다의 저 큰 함성이 자신의 울음과 다르지 않음에 놀랐다.
세모고랭이 풀이 강이 끝나는 곳에 밀집하여
잠시 고개 돌릴 여유를 주면
먼 섬의 산봉우리를 넘어갈 때의 해가
가장 아름다운 이유를 아프게 느끼는 것이었다.
되돌아 갈 곳이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때였다는 것도
되돌아 갈 수 없을 때야 알아낸 것이었다.
외롭다고 수없이 되뇌었었지
정말 외로워지는 때는
외롭다라는 말을 꺼내기조차 두려워지는 그때라는 것을
그립다 그립다 노래 불렀지
그건 오히려 행복이었어
정말 그리워지는 때는
아무 것도 그리워할 것이 남아있지 않은 그때라는 것을
이제 누구든 저 넓은 바다에 섞여져서
잊혀져야 할 순간만이 남았을 때
내 발로 걸어온 게 아니라 떠밀려 왔다는 사실에 고개 숙이게 되지
흐름인지 출렁거림인지도 모르는 하류에 선 나를 발견하게 되지
김구식 시인의 <하류>
정말 심각한 고민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가 없어요.
가장 아픈 상처는
깊은 곳에 꽁꽁 싸매어 있죠.
말로도 설명하지 못할 감정은
마음의 저 밑 강 하류에 모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