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22 (수) 가지치기
저녁스케치
201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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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케이크에 꽂은 초처럼
도로변에 뭉툭하게 박아놓은 가로수들
전봇대 옆에 전봇대보다 더 전봇대 같은 가로수들

도로안내판 가리지 말랬지 가로등 막지 말랬지
작년에도 그토록 알아듣게 잘라주었건만
또 막무가내로 솟구치는 가지들
또 막무가내로 수북해진 이파리들
쭉쭉 늘어나고 펴지는 제 몸에 취해 인사불성이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막무가내에는 막무가내
텁수룩한 팔다리 시원하게 잘라내는 가위질
눈치 없는 이목구비 말끔하게 밀어내는 면도질

가로수 옆에 가로수보다 더 가로수 같은 전봇대들

김기택 시인의 <가지치기>


거리의 가로수는 표지판을 가리기 않게
고압전선에 닿아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주기적으로 가위질과 면도를 해줘야하는데
그게 너무 과해서 문제가 될 때도 있다고 하죠.
가로수가 전봇대처럼 뭉툭해지면 안 될 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