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마자 가면을 찾는다. 미처 기름기가 마르지 않은 어제의 가면이다. 거울 앞에 선다. 머리에는 깊이 박힌 뿔이 늘어져 있다. 눈은 푹 꺼져있고 입꼬리는 내려 앉아 있다. 뒤집어쓴다. 뿔을 추켜세우고 꺼져있는 눈동자를 끌어내고 입꼬리를 치켜올린다. 거울 속의 코가 풍선을 분다. 웃음을 참지 못하는 얼굴을 보니 시작이 괜찮다. 시끌시끌한 티비 속 어떤 부부도 새로 산 가면을 쓰고 앞뒤가 없는 말을 하는 중이다. 집을 나선다. 밤새 쏟아진 배설물에 차바퀴가 길을 낸다. 괜찮다. 다른 가면을 쓴 얼굴들이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들이어 괜찮다. 좋은 날입니다. 미소를 멈추지 않는 가면에 땀이 차기 시작한다. 웃고 있는 입 속으로 찬바람이 밀려들어온다. 허파에 바람이 들어간다. 갈갈갈, 웃음소리가 쉰다.
박하리 시인의 <가면>
직장인 월급의 반절은
욕먹는 값이라고 했던가요.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누가 내게 무례하게 굴어도
밝게 웃고 미소 지어야할 때가 많습니다.
사회에서 생활한다는 건
웃는 표정대로의
가면을 쓰는 일 같기도 하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