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24 (금) 아껴둔 패
저녁스케치
2018.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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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회사 때려치워야지
하루 한 번 마지막 패를 던지는 사내가 있다
패를 감추고 열심히 눈치를 보며 사는 사람들은
그 순간 판이 뒤집어진 듯
아귀의 힘이 빠진다
누군들 신나게 뒤엎고 싶지 않는 사람 있겠는가만
청단홍단에 오광까지 거머쥘 날 오겠지 하며
계단 귀퉁이 껌딱지처럼 납작 눌러 붙는 거야
알고 보면 사는 것도 한 판인 셈이지
패를 쉽게 보여주지 못하는 것들만 안달하지
흑싸리 껍데기 같은 날들이 이어지고
누군가는 기본점수 내기도 바쁜데
때마침 붉은 꽃들은 알맞은 속도로 피어나고
멀리서 깜박거리며 소심하게 등불이 내걸리고 있어
누군가 간절하게 그리워지는 시간이야
누가 하루를 때려치우거나 말거나
화투판을 뒤집어엎거나 말거나
상관없어
누군가의 시시콜콜한 일상이,
까마득한 유목의 시간들에 닿고 있어
아무튼 상관없어
당신이라는 말, 사랑이라는 말
내가 아껴둔 패야

양현근 시인의 <아껴둔 패>


살면서 이길 때도 있고 질 때고 있는 것처럼
인생도 잘 풀리는 때가 있으면 안 풀리는 때가 있는 거겠죠.
아껴둔 패를 꺼내게 될 순간을 기다리며 지는 시간도 견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