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을 사러 시내로 간다. 분명한 것은 시내에는 양말을 구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이건 내가 한 말이다. 시내는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사람은 옷을 팔고 어떤 사람은 신발을 판다. 양말을 사지 말고 시내에서 놀자 이건 네가 한 말이다. 여기 양말 가게가 있었는데 없어졌네 이것도 네가 한 말이다. 아니예요 이쪽에 매대로 오세요 하는 소리에 돌아보니 정말로 매대에 양말이 수북이 쌓여 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길고 짧은 양말들을 사람들이 들어올린다. 요새 발목양말이 잘나가요 누군가 말하고 분명한 것은 발목이 없는 양말이 발목양말입니다 이건 네가 한 말이다. 이런 페이크삭스도 유행이예요 걸으면서 벗겨지지 않나요 절대 벗겨지지 않아요 어떤 건 내가 한 말이다. 검은 색과 흰색 발목양말을 산다. 검은 봉지를 들고 걸어간다. 계단을 올라갈 때는 약간 비틀거렸는데 낮과 밤이 바뀐 것이 분명하다. 오늘은 해가 가장 긴 날이다. 긴 머리를 빗는 모델의 포스터가 빌딩 벽에 붙어 있다. 시내에서 놀자 지금 어떤 양말을 신고 있니 시내 구경을 하는데 구멍 난 양말을 신고 있다.
이수명 시인의 <페이크삭스>
감추려 애를 써도
숨길 수 없는 모습들이 있는 거 같아요.
잘 입은 옷과 구두 사이로
허름한 양말이 보이는 것처럼
아무리 화려하게 꾸며도
숨기고픈 내 모습이 드러날 때가 있죠.
*발등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페이크삭스라고 부르죠.
신발을 신으면 마치 양말을 안 신은 거처럼 보여서
'가짜의'라는 뜻의 '페이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