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1 (토) 미지근에 대하여
저녁스케치
2018.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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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를 주문하는데
전원이 다 미지근한 국수가 좋다고 해
미지근을 시켜놓고 보니
이 모임 참, 미지근해서 오래간다 싶다
생각하니 다다음달이 벌써 10주년이 되는 달이다
미지근이 미덕이 되었으니
이젠 이름 하나쯤 가져도 좋겠다는 제안에
누군가 미지근으로 하자고 하여
웃으며 결정을 보았다
이름 하나 얻는 데도 장장 10년이 흘렀으니
그 뿌리도 참, 미지근하게 깊다

미지근해서 술술 잘 넘어가는 국수에
국물까지 두 손으로 받쳐들고 단숨에 들이켜자
배가 남산만하게 부풀어 오른다
어느덧 남쪽 산에선 보름달이 떠오르고 있다
미지근하게 끓어오르는 정
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곰곰 생각하니
당신과 나 사이에 놓인 저 바다는
단절이 아닌
미(美)와 지(知)에 뿌리(根)를 박았던 것
한결같은 그 마음 위로
미지근한 달빛이 요요하기만 하다

박정남 시인의 <미지근에 대하여>


인생을 살다보면
미지근한 것이 가장 오래간다 싶습니다.
어느 한 군데가 도드라진 사람보다는
둥글둥글한 사람이 어디에나 잘 녹아들지요.

그나저나 오늘 저녁은
미지근한 국수 한 그릇 해야겠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