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다는 왼 손금과
살면서 바뀐다는 오른 손금을
한 갑자 돌아온다는 그가 오르내린다.
그렇다면 양손에 예언서와 자서전
한 권씩 쥐고 사는 것인데
나는 펼쳐진 책도 읽지 못하는 청맹과니.
상형문자 해독하는 고고학자 같기도 하고
예언서 풀어가는 제사장 같기도 한 그가
내 손에 쥐고 있는 패를
돋보기 내려 끼고 대신 읽어준다.
나는 두 장의 손금으로 발가벗겨진다.
대나무처럼 치켜 올라간 운명선 두 줄과
멀리 휘돌아 내린 생명선.
잔금 많은 손바닥 어디쯤
맨발로 헤매던 안개 낀 진창길과
호랑가시나무 뒤엉켰던 시간 새겨져 있을까.
잠시 동행했던 그리운 발자국
풍화된 비문처럼 아직 남아 있을까.
사람 인(人)자 둘, 깊이 새겨진 오른손과
내 천(川)자 흐르는 왼손 마주 대본다.
사람과 사람, 물줄기가 내 생의 요약인가.
물길 어디쯤에서 아직 합수하지 못한
그 누구 만나기도 하겠지.
누설되지 않은 천기 한 줄 훔쳐보고 싶은 밤
소나무 가지에 걸린 보름달이
화투장처럼 잦혀져 있다.
이영혜 시인의 <손금 보는 밤>
그러고보니 정말
오른손에는 사람 인(人)자가 두 개 그려져 있고
왼손에는 내 천(川)자가 그려져 있습니다.
두 사람이 만나 물 위를 흘러가는 게 인생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