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바닥에 패대기쳐졌을 때 알았어야 했어
삶은 내게 친절하지 않을 거라는 것
누가 백일홍의 발목을 거는지 걸핏하면 엎어지지
개구리처럼 바닥에 엎드려 알게 되지
허방은 지하주차장 경사로에 숨어 있고
허방은 꽃 속에서 나풀거리며 날아오르고
이번 생은 발에 안 맞는 빨간 뾰족구두
이번 생은 킬힐에 안 맞는 평발
그렇다고 내가 삶에게 불친절할 필요는 없잖아
백일홍에게는 백일홍의 하늘이 있으니까
최정란 시인의 <친절한 인생>
평지라고 안심하는 사이에
구덩이에 빠지는 게
삶인 거 같아요.
‘넘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시오’ 같은 안내판은
꼭 넘어지고 난 후에야 발견합니다.
삶은 나에게 불친절하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친절한 사람이려고 합니다.
내가 나에게 웃어주지 않으면
누가 나를 보고 웃어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