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26 (목) 먹빛 시력
저녁스케치
2018.07.26
조회 310
세 시간 계속해서
바다를 보니까
시력에 문제가 생기더라
중력에도 문제가 생기고
한곳을 무작정 바라본다는 건
고여 있던 자기 색을 덜어내거나
감성이 아득히 휘발되거나
사유나 정신도 먹먹히
먹빛이 되어가는 거 아닐까
내면은 깊고 아늑해지겠지만
질리지 않는 시선
한곳을 집중해서 바라보는 일
변함없는 저 파도처럼
한곳을 끊임없이 넘나드는 일은
끝내 바위처럼 닳아지거나 구멍이 나거나
형태가 변절되는 것일 텐데
고통이거나 극기이거나 하는 극단의 것들
그 목소리가 실은 다
먹빛이 아닐까, 싶어

정영주 시인의 <먹빛 시력>


한곳을 오래 쳐다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시야가 뿌예지는 것처럼
안 풀리는 일에 너무 매달리다보면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게 되죠.
집중할 때도 필요하지만
적당한 지점에서 돌아가야 할 때도 있어야 할 거 같아요.
먹빛 시력으로는 무엇도 제대로 할 수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