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가끔 친정으로 돌아가면
금세 엄마의 어린 딸이 되어
먼 여행에서 돌아온 것처럼
몸도 마음도 녹신녹신해져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한 일들
그만 가마득해지고
길을 가다 지나쳐 만난 사람처럼
남편 얼굴도 서먹서먹해져서
엄마 손에서 익은 물김치
호록호록 떠먹어가며 밤새도록
친구 같은 수다를 떨었네.
엄마도 참, 고생이 많수
서로 마음을 만지작거리다가
니, 사는 게 그리 호락호락 한 줄 아나
좀 더 살아봐라 내 맘 알끼다
엄마를 관통한 바람이
목적도 없으면서
천천히 나에게 불어오는
내 속엔 작은 엄마가 있어서
가는 허리가 자꾸 허청거린다.
조정숙 시인의 <친정>
친정에 갈 적이면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만 살 던 내가
우리 엄마의 어린 딸로 돌아가는 듯하지요.
더운 여름에 건강은 잘 챙기고 계신지...
밤새 수다를 떠는 내내
‘우리 딸이 오니 참 좋다...’ 하시던
엄마가 그리운 여름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