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10 (금) 부부
저녁스케치
2018.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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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함민복 시인의 <부부>


긴 세월 동안
다른 생각, 가치관, 생활방식으로 살던 사람이
함께 산다는 것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긴 상을
두 사람이 옮길 때처럼
조심히, 끝까지 걸음의 속도를 맞추면
한 발 또 한 발 걸어나갈 수 있는 거죠.

눈을 맞추고 마음을 맞추며 그렇게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