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내일이면
뒤뜰에 널어놓은 참깨도 털어내고
앞마당에 쌓아둔 콩 타작도 해야겠다
참깨 털 땐 하얀 홑이불이
콩 타작 할 땐 도리깨가 필요하지
아내는 키질하고
나는 도리깨질 하고
내일 해딴에
깨 털이 콩 타작 다 끝낼지 모르겠다
모래는 읍내 장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농사일
한쪽에다 밀쳐두고
참깨 한 되 콩 두 되
시장에 내다 팔아
간고등어 한손 사다
숯불 위에 올려놓고
오랜만에 비린 냄새 정겨운 식탁
농주도 한 사발 곁들이면
굽은 허리도 펴질까
금병소 시인의 <농가일령가農家日令歌>
시골에 계신 부모님들은
아무리 더워도 참깨를 털고 콩 타작을 하십니다.
수고에 비하면 결과물은 아주 적지만
알뜰하게 털어야
아들 집에도 보내고
딸네 집에도 보낼 수 있으니까요.
농촌의 하루는 오늘도 길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