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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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준
2019.02.12
조회 122
저희 셋째누나는 작년까지 푸드트럭을 했었습니다.
운전면허까지 따고 뭔가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습니다.

누나는 푸드트럭을 하기전에 꽃집에서 꽃꽃이를 했는데 초봉이
50만원이었어요. 꽃집을 열심히 다니면 나아질줄 알았는데 급여는
80만원이 다였습니다. 거기다가 영업일까지 시켜서 누나가 생각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누나는 어머니한테 손을 빌려
푸드트럭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말이 푸드트럭이지.

길거리 노점상이었습니다. 일정한 자리를 잡고 하는 게 아니고
트럭을 몰고 다니면서 괜찮은 자리가 나면 트럭을 세우고 스테이크
장사를 했는데 그 자리를 계속 썻던 푸드트럭장사꾼이 와서 호통을 하도
치는바람에 어쩔수 없이 누나는 여자이기에 자리를 내줘야 했나봅니다.

그 때 제가 저희 누나한테 아무런 힘을 못 보태준 게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누나가 측은해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 자리에 제가 있었으면 우리
누나가 덜 무서웠을텐데...
저희 누나는 8개월만 지나면 아니 6개월만 지나면 버젓한가게를 가질 줄
알았데요.

요즘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하도 안 되니까 너도나두 푸드트럭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나이대도 25세에서 27세가 가장 많데요.
그렇게 열심히 사는 젊은이들이 저는 당차보이고 자신감이 있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하지만 저희누나는 예외였나봅니다.
빚만 많이 지고 벌금만도 200만원이 넘었었습니다.

저희 누나가 푸드트럭을 처분할 때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누나옆에서
저는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누나가 처음에 푸드트럭을 한다길래 푸드트럭은 아무나 하냐고 여자의
몸으로 괜히 몸 고생,마음고생하지 말고 신부수업이나 잘 받다가

시집이나 가라고 아무렇게나 말해버렸는데.. 내가 동생이 맞나?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동생이 되서 누나한테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건데..
동생이 되서 자기 누나한테 힘을 보태주지는 못할망정.. 누나한테 안 좋은
말만 한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누나는 지금 다른일을 하려고
준비중입니다.

누나한테 다시 한 번 얘기해서 푸드트럭을 같이 해보자고 할 참이예요.
둘이 하면 낫겠지. 시간을 길게 잡기로 했습니다. 1년만 더 고생해서
우리 가게를 못 가지면 깨끗하게 물러나자고. 진작에 누나와 같이 할 걸..
누나한테 용돈을 20만원이나 받아 썼으면서.. 저는 철들라면 아직도 멀은
거 같습니다. 평생 노점상트럭만 할 순 없는 일이잖아요.

남 보란듯이 내 가게가 있어야지.
저희 남매 힘내고 푸드트럭 잘 되실거라고 한마디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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