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입니다.
아침에 다른 선생님들보다 50분 정도 일찍 출근하는 편이에요.
와서 교무실에 커피를 내리고, 교실을 한 번 둘러 봅니다.
그리고 오늘 할 일들을 정리합니다.
저 다음으로 출근하신 선생님께서 그러시네요.
"선생님, 많이 바쁘시죠?"
저는 시선을 컴퓨터 모니터에 고정한 채,
"네. 갈수록 일이 더 많은 것 같아요."
하고 푸념을 했어요.
대개 그러면 더이상 대화가 안 이어지는데, 그분이 그러시네요.
"그러게요. 그래도 선생님, 좀 천천히 다니세요. 그러다가 애들하고 부딪치실 것 같아요."
그 말씀에 처음에는 좀 화가 났던 것 같아요.
'누구는 여유부리고 싶지 않나, 오죽 바쁘면 그럴까,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건성으로
"네."
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1교시가 시작하기도 전에 종종종 교실로 달려가는 제 모습을 발견합니다.
'아...내가 이런 모습이었구나.'
시간 맞추려고, 수업 시간 내에 해야 할 일들을 다 하려고 늘 서두르는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정말 이러다가 사고라도 나겠는데..'
하는 마음으로 걸음을 천천히 늦췄습니다.
첫 시간에도, 다음 시간에도, 그 다음 시간에도...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걸음을 늦췄을 뿐인데, 몸짓 전체가 느긋해지면서 마음까지 편해지는 거에요.
어제까지도
'이거 해야지, 저것도 해야하고, 아, 그것도 해야지...'
하면서 하지도 못할 일을 떠올리면서 부랴부랴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걸음을 늦췄더니
'오늘은 이것만 하고, 반은 내일 하고...'하면서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동료 교사의 충고가 진심으로 고맙게 다가왔습니다.
더 놀라운 건요, 그러면서 차를 마실 시간도 생기고, 옆 선생님과 대화할 시간도 생긴 거에요.
어쩌면 여유는 제가 만드는 거였는데, 저는 여유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길 바라고 있었나봐요.
오늘 걸음을 늦추는 놀라운 선물을 받았습니다.
바쁘세요?
걸음을 늦춰보세요.
안치환 '사랑하게 되면'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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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을 늦추세요.
김은경
2018.11.20
조회 147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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