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병원에 입원해 계신 엄마를 만나러 부안에 다녀왔습니다.
제 고향이 부안이거든요.
상상했던 것보다는 편안한 엄마의 표정에 마음은 놓였지만, 그래도 막상 떠날 시간이 되어 발걸음을 떼려니 아쉬운 마음을 떨칠 수는 없었습니다.
눈물 지으면 엄마가 속상해하실까봐 꾹 참는 제 마음을 이해했던지, 남편이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변산해수욕장에 잠시 들렀다가 가자 합니다.
남편의 제안 마저 번거롭고 귀찮았지만, 두 번이나 거듭되는 제안에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군포에서 부안까지 운전해서 내려오는데만 꼬박 세시간, 다시 또 세시간을 운전해야 할 남편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에 제 생각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해변을 찾아가는 동안 어둑해지는 하늘을 배경 삼아 구름은 노을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보며 도착한 바닷가에는 소나무향이 가득했습니다.
인적도 없고 파도 치는 소리도 없었지만, 적막한 그 광경에 오히려 제 마음을 편안해졌습니다.
썰물 때였던지, 수평선은 저만큼 뒤로 물러나 있고, 그 수평선 위로는 해진 후의 붉그레한 잔영만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왠지 쓸쓸한 광경이었지만, 제 손을 꼭 잡아주는 남편의 온기에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일몰처럼 아주 잠깐 동안의 머무름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이 저를 위한 남편의 배려였다는 것은 감출 수 없는 비밀이었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길 정체되는 도로상황에 예상보다 귀가가 훨씬 더 많이 지체되었지만, 덕분에 차 안에서 남편과 함께 꿈음을 듣게 되었습니다.
편안한 윤희님의 음성으로 전해지는 변산반도와 내소사의 종소리, 그리고 기억 속에 남아 항상 아련하게 추억하게 될 음악......
남편과 저는 방송을 들으면서 웃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먼 훗날 제가 기억 속에서 소환하게 될 2019년 11월 4일, 깊은 가을날의 풍경은, 엄마와 병원, 남편과 바닷가, 그리고 윤희님과 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내일 다시 엄마를 보러 고향에 내려갑니다.
힘든 시간 제 곁을 지켜주는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음악으로 위로해주는 윤희님과 꿈음에게도요.
장혜진, 1994년 어느 늦은 밤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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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송 오프닝 듣다가 깜짝 놀랐어요~ㅋ
장연순
2018.11.05
조회 171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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