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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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2018.09.30
조회 150

한 십 년 살다보면 마음 부대끼는 날 없지 않을 텐데
부대끼는 마음 알아주는 이 늘 곁에 있진 않을 텐데
나무의 결에는 부대낌이 없다.

한 백년 살다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비에 젖는 날 없지 않을 텐데
바람과 비 막아주는 지붕 없이 하늘아래
맨몸으로 버티다 절망으로 무너지기도 할 텐데
나무의 결에는 흔들림이 없다.

한 천년 살다보면 다소곳한 믿음 하나 바칠 만한 그리운 얼굴도 떠나고
어지러운 과거 풀어놓을 다정한 얼굴도 떠나고
더 이상 울지도 못하는 마음 만져줄 애틋한 얼굴도 사라진 지 오래전일 텐데
나무의 결에는 서러움이 없다.

백 년도 살지 못한 내 마음의 결은 부대끼고 흔들리고 서러우니
나는 누구에게로 가서 그의 차 한 잔 받쳐줄 탁자가 될까.
어느 누가 내 마음 쓰다듬으며
기특하다, 기특하다, 말해줄 것인가.


- 황경신의 '생각이 나서' 중에서 009. 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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