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저희 중학교 졸업식이자 종업식이 있는 날입니다.
저희 반은 2학년인지라 종업식을 하지만 저에겐 졸업식과 마찬가지입니다.
3월부터는 휴직에 들어가기 때문인데, 아직 저희 아이들에게는 쉬~잇~! 비밀입니다.
이 악동 녀석들 겨울방학 직전까지도 어찌나 버라이어티하고 액티브한 사고를 쳐대는지~ 저도 모르게 생존본능이 작동했던 모양입니다.
아이들의 활력을 잠재우기 위한 급처방으로 순간적인 거짓말이 뛰쳐나왔습니다.
“이거 알아? 내년에도 샘은 너희들과 함께 할 거야.”
순간 녀석들은 조금은 숙연(?)해졌지만, 그후로 계속 별다른 약발을 보진 못했습니다.
그리고선 방학, 그리고 개학, 칠일 간의 동거, 종업식......
조금은 성숙해지고 차분해진 녀석들을 보며 천 가지 만 가지로 감정이 교차함을 느낍니다.
드디어 중2병에서 탈출한 것인지 더 이상 책상에 엎드리지 않고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한 소윤~
지각의 이유를 묻자 조근조근 설명한 후 죄송하다는 말을 덧붙일 줄 알게 된 성준~
(어~메이징~ 단답형의 귀재에게, 서술형 답안을 듣게 될 줄이야~ㅋ)
상담이라는 말만 들어도 온몸 거부를 불사하더니, 상담은 언제 하는 거냐고 묻는 진호~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 닫은 채 담임의 접근을 거부하던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줍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다가옵니다. 날서지 않은 편안한 모습으로......
이런 아이들의 다가섬이 낯설지만 설렙니다.
이제 내일 이후면 볼 수 없을 것이라 이야기해야 하지만 차마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그저 마음으로 녀석들이 잘 살아가기만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또 오늘 하루를 마감지었습니다.
당당히 고백하지 못하는 쑥스러움에 익숙함을 느끼면서 말입니다.
내일은 등교를 거부하고 있는 우리 반 1번, 정우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게 될 우리 반 32명의 아이들에게, 저와 함께 했던 하루하루가 떠올리고 싶은 추억이 되었으면 하고 소망해봅니다.
오늘 우리 반 아이들과 꼭 함께 듣고 싶은 노래는 아이유의 <너의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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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에 임하는 자세
장연순
2018.02.08
조회 105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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