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 게시판 성격 및 운영과 무관한 내용, 비방성 욕설이 포함된 경우 및
  기명 사연을 도용한 경우 ,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게시판 하단, 관리자만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 입력란]
   이름, 연락처, 주소 게재해주세요.
* 사연과 신청곡 게시판은 많은 청취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사적인 대화창 형식의 게시글을 지양합니다

엔딩에 임하는 자세
장연순
2018.02.08
조회 106
내일은 저희 중학교 졸업식이자 종업식이 있는 날입니다.
저희 반은 2학년인지라 종업식을 하지만 저에겐 졸업식과 마찬가지입니다.
3월부터는 휴직에 들어가기 때문인데, 아직 저희 아이들에게는 쉬~잇~! 비밀입니다.
이 악동 녀석들 겨울방학 직전까지도 어찌나 버라이어티하고 액티브한 사고를 쳐대는지~ 저도 모르게 생존본능이 작동했던 모양입니다.
아이들의 활력을 잠재우기 위한 급처방으로 순간적인 거짓말이 뛰쳐나왔습니다.
“이거 알아? 내년에도 샘은 너희들과 함께 할 거야.”
순간 녀석들은 조금은 숙연(?)해졌지만, 그후로 계속 별다른 약발을 보진 못했습니다.
그리고선 방학, 그리고 개학, 칠일 간의 동거, 종업식......
조금은 성숙해지고 차분해진 녀석들을 보며 천 가지 만 가지로 감정이 교차함을 느낍니다.
드디어 중2병에서 탈출한 것인지 더 이상 책상에 엎드리지 않고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한 소윤~
지각의 이유를 묻자 조근조근 설명한 후 죄송하다는 말을 덧붙일 줄 알게 된 성준~
(어~메이징~ 단답형의 귀재에게, 서술형 답안을 듣게 될 줄이야~ㅋ)
상담이라는 말만 들어도 온몸 거부를 불사하더니, 상담은 언제 하는 거냐고 묻는 진호~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 닫은 채 담임의 접근을 거부하던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줍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다가옵니다. 날서지 않은 편안한 모습으로......
이런 아이들의 다가섬이 낯설지만 설렙니다.
이제 내일 이후면 볼 수 없을 것이라 이야기해야 하지만 차마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그저 마음으로 녀석들이 잘 살아가기만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또 오늘 하루를 마감지었습니다.
당당히 고백하지 못하는 쑥스러움에 익숙함을 느끼면서 말입니다.
내일은 등교를 거부하고 있는 우리 반 1번, 정우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게 될 우리 반 32명의 아이들에게, 저와 함께 했던 하루하루가 떠올리고 싶은 추억이 되었으면 하고 소망해봅니다.
오늘 우리 반 아이들과 꼭 함께 듣고 싶은 노래는 아이유의 <너의 의미>입니다.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