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직도 그 사진 갖고 있냐? 이젠 좀 버려라, 제발!"
내 오래된 일기장 속에 간직돼 있는 사진 한 장에 유난히 발끈하는 친구의 말이다. 나보다 친구가 더 유별나게 반응을 하는 듯하다. 하긴 이젠 덤덤해진 나 자신이 그나마 다행인 것도 같다. 하지만 18년 전 그때가 지금도 불과 며칠 전 일만 같다.
첫 부임한 학교에서 그녀를 처음 알게 됐다. 그녀는 전산실 선생님이었다. 성적처리 등으로 종종 가게 된 전산실에서 난 그녀를 우연히 알았고 자연스레 깊은 사랑에 빠져들게 됐다. 하지만 8년 간 사귐의 시간을 뒤로한 채 결국 우린 헤어지고 말았다. 구지 이유를 대라고 한다면, 하늘만이 허락치 않은 이유밖에 더 있을까? 서로에 대한 미련이 아직 남아있었음에도 양가의 반대로 우린 서글픈 인연의 끝을 마주해야만 했다. 지금은 그녀랑 부산으로 여행 갔을 때 찍은 사진 한 장만이 유일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그때 그 사진을 찍어준 이가 바로 지금 나보다 더 흥분하고 있는 친구 녀석이다. 당시 친구도 자신의 여자친구와 함께 우리랑 여행을 갔던 것인데, 지금 그 둘은 함께 베게를 맞대고 잠드는 인연이 됐다. 하지만 난 그런 친구 내외를 바라볼 때마다 그녀를 떠올리고 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모든 추억들을 지워내고 관련 물건들을 버리려 했지만, 이 사진 한 장만은 결코 버릴 수가 없었다. 왠지 그러고나면 8년 간의 그 세월들이 통째로 편집돼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올해도 태종대 앞바다에선 수많은 연인들이 추억의 한 장면을 사진속 앵글에 곱게 담기 위해 애쓰곘지! 어쩌면 나처럼 영원히 버릴 수도 잊혀지지도 않을 그 영상들을...
나는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랑은 어쩌면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마다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물결침 같은 것이란 생각을... 마치 새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솟아올랐다 어느새 사라지고 마는 바닷가의 파도처럼 말이다. 바닷물이 다 말라 없어지지 않는 한 그 사랑의 기억, 파도침도 영원히 가슴속 바닷가를 적실 것이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결 사이로 그녀의 향내가 맡아진다. 한 하늘 아래 함께 하기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행복일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늘도 난 그녀를 잊지 못한 채 맘속 바닷가를 거닐고 있다.
*신청곡: 조정현 - 슬픈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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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잊혀지는 것이 아니다.
이창헌
2018.01.25
조회 117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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