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은 유난히 단풍이 곱게 물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 일까요?
요즘 저는 온종일 퇴근길을 기다립니다.
단풍이 물든 가로수도, 그 길을 수놓는 사람들도 모두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오늘도 저는 퇴근을 서둘렀습니다.
멋진 풍경을 흡족하게 만끽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파트 공동현관을 들어서는데, 어린 남자 아이들 대여섯이 왁자지껄하게 소란을 피우고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엘리베이터쪽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속으로는 야단을 쳐? 말어? 쳐? 말어? 하고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녀석들 저를 의식했는지 우르르 공동 현관 밖으로 사라지네요.
편안한 마음으로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거기 한 아이가 새끼고양이가 담긴 넓은 상자를 소중히 품에 안은 채, 조바심을 치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가 품에 안기에는 버거울 정도로 커다란 종이 상자입니다.
그 안에는 태어난 지 이 삼일이 되었을 만큼 작은 길냥이가 새록새록 잠을 자고 있습니다.
너무 작아 눈도 뜨지 못한 냥이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며 물었습니다.
“길냥이니?”
“날이 추운데요. 새끼가 혼자 있어서 추울까봐 데리고 왔어요. 그래서 얘들이 같이 걱정하고 있었던 거예요.”
“아, 착한 어린이네! 집에 데리고 가려고?”
“선생님이요, 작은 생명도 우리와 같은 생명이라고 소중히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참 착한 아이입니다. 공동현관에서 소란을 피우던 아이들에게 눈살을 찌푸리던 제 마음을 다 헤아렸던가 봅니다. 오해를 풀기 위해 친구들을 변호해줍니다. 저를 바라보는 똘망똘망한 눈빛이 순수하기 그지 없습니다.
“몇 학년이니?”
“초등학교 2학년이요.”
“집에 데려가면 엄마가 싫어하시지 않겠어?”
라고 물으니 답을 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그저 눈앞에 놓인 불쌍한 생명을 생명으로 대하는 것뿐인데, 구조 이후의 노동을 따지고 드는 저의 계산속이 부끄럽습니다.
어른이라는 명분 아래, 순수하지 못한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오늘 밤, 그 어리고 연약한 길냥이가 아이의 따뜻한 품안에서 안식을 찾기를, 아이의 식구들 또한 작고 소중한 생명을 기꺼이 품어줄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신청곡은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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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대화창 형식의 게시글을 지양합니다
아이들처럼 순수할 수 있다면~^^
장연순
2017.10.24
조회 93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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