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저는 이제껏 묵혀두었던 피곤이라는 녀석과 한 판 힘겨루기를 했던 모양입니다.
남편이 3박 4일동안 해외로 출장을 가고보니,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여유로웠던지 하루 종일 잠이 들어있는 저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맘고생 몸고생으로 이번 여름을 하도 혹독하게 보냈던지라, 어제는 어제대로 그럴만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도 졸립다고 생각한 순간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나 봅니다.
일어나 보니 낮시간이 다 지나가버렸습니다.
허무하기 이를데 없다고 생각하다가 다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이제껏 피곤했던 심신을 위해서 보시한 것이라고...
이 주말을 이대로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커서 꿈음에 글을 남겨봅니다.
지난 금요일 아이들이 보여주었던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대견해서 이대로 넘겨버리기엔 아깝기도 하구요.
제가 지금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은 그 유명한 중2입니다.
엄마들도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린 그 아이들 말입니다.
녀석들 1학기만 해도 전입교사인 저를 향한 경계심이 한 가득이어서 가까워지기가 너무 힘이 들었었는데, 이 가을에는 친밀감과 애교가 한창입니다.
인사도 잘 하고, 표현도 잘 하고, 말도 잘 듣습니다.
2017년도 얼마남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제 녀석들도 중2의 티를 벗고 최고 학년인 3학년의 품격을 갖추어가니 말입니다.
지난 금요일 일입니다.
저희 반 여학생들이 교실에 유리창이 깨졌다고 알리러 왔습니다.
우리 교실에서 제가 있는 교무실은 한참의 거리인지라 아이들이 잘 오려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다친 사람은 없냐고 물으니 아직은 금만 갔다고합니다.
누가 그랬느냐고 물으니 대답을 않습니다.
알았다고 교실에 가서 수업 준비를 하라고 말해두고는 저도 수업에 들어갈 준비를 했습니다.
잠시후 저희 반 남학생 셋이 교무실에 왔습니다.
선생님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면서 한참을 머뭇거립니다.
짐작은 되었지만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장난치다 유리창을 깼다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러 왔다고 합니다.
나머지 두 남학생은 무슨 일로 왔냐고 물으니, 혼자 오기 쑥쓰러워하는 것 같아 따라와주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잘못을 자백하였으니 야단을 치진 않겠다고, 다만 위험한 장난은 하지 말라고 일렀습니다.
아이의 눈빛 속에 진지한 반성이 보입니다.
녀석들을 돌려보내느 제 마음 속엔 우리 아이들이 잘 컸구나싶은 보람이 넘쳤습니다.
아마 이런 맛에 힘들어도 교직을 떠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밤이 지나면 내일 또 학교에 등교를 해야하겠죠.
아이들과의 만남이 기다려집니다.
신청곡은 한스밴드의 오락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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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커줘서 고마운 아이들.
장연순
2017.09.24
조회 72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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