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평소처럼 활짝 열어놓은 창문이었는데, 남편이 쌀쌀하다고 투정을 부립니다.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너무 청량하고 좋았던 저는, 결국 지난달 깨끗이 빨고 또 말려서 넣어두었던 이불을 꺼내었습니다.
포근한 그 이불을 살포시 덮으니 여름 햇살 냄새가 아직 그 안에 남아있습니다.
젖먹이 살 냄새만큼이나 좋은 그 냄새에 기분이 아득하게 좋아졌습니다.
여름 햇살 냄새가 이렇게나 그립고 좋은 걸 보면 벌써 가을이 왔나봅니다.
얼마 전까지는 비명을 지르듯 울어대는 밤 매미 소리 사이로 간신히 들리던 풀벌레 소리들이었는데, 이제는 귀 기울여 들어보면 제법 큰 소리로 존재감을 알립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저에게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전령은 갈수록 푸른빛이 깊어져가는 하늘과 몽실몽실 양떼구름, 살폿살폿 깃털구름입니다.
해저물녘 문득 눈 들어보면 보이는 오렌지빛 노을과 한층 극성스러워진 모기들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왜 가을철 노을은 유독 더 붉고 아름다운 것일까요?
과학적 원리를 모르는 문외한의 눈에도 그 아름다움만큼은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암모기들은 가을이 되면 알을 낳기 위해 흡혈에 더 정성을 기울이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올 여름에는 단 한 번도 물리지 않았던 저였건만, 이 가을에만 모기들에게 꽤 많은 자선을 하고야 말았네요~ㅋㅋ
아~! 남편의 옆구리께에 서서히 시작되고 있는 간지럼증도 빼놓을 수 없는 가을의 전령이네요.
건조한 공기에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열심히 긁어대는 것이 참~ 안쓰럽기도 하고.
보습력 좋은 크림을 빨리 하나 마련해줘야겠습니다.
오늘 밤에도 창문 활짝 열어놓고 가을바람 만끽하며 풀벌레 소리와 윤희씨의 달콤달콤한 목소리의 콜라보레이션에 귀 기울이며 잠을 청해보렵니다.
주말의 달콤한 휴식과 함께 저는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해야 하니까요.
오늘 밤에는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를 듣고 싶습니다.
윤희씨, 들려주실거죠?
남편과 손 꼭 붙잡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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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무엇으로 오는가?
장연순
2017.08.27
조회 112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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