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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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씨, 축하해주세요~
장연순
2017.05.19
조회 133
오늘 우리 반이 체육대회에서 준우승을 했습니다.
항상 잦은 말썽과 장난으로 많은 선생님들에게 지적을 당하던 우리 반 녀석들이 말입니다.
어제 오전에 있었던 줄다리기에서는 순식간에 2:0으로 패배했던 저희 아이들이 말입니다.
부담임이신 과학샘의 조언이 무색할 정도로 처절하게 패배해놓고도 물장난으로 천진난만하게 뛰어놀다 저에게 혼쭐이 났던 저희 아이들이 말입니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 저는 신명이 나서 어깨춤이 절로 났습니다.
오전부터 여섯 개의 종목을 완수해내기 위해 아이들과 저는 온 운동장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번외로 줄다리기를 두 번이나 뛰었구요~!
하루 종일 운동장 먼지 속에서 호흡을 하다 보니 혀에는 모래 맛이 느껴지고 말을 하다보면 심지어는 모래가 씹히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물론 꼴찌를 했던 종목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담임인 제가 온 힘으로 응원하니, 녀석들 겉으로는 귀찮은 척~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따라와 줍니다.
아이들이 가장 열광적으로 호응했던 종목은 단연코 800미터 계주였습니다.
예선전에 투입되기 전, 8명의 아이들이 긴장감에 안절부절 했습니다.
건조한 운동장에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챙피해서 어쩌나, 나 때문에 우리 반이 꼴찌를 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손에 잡힐 듯이 느껴졌습니다.
드디어 총소리가 울리고 아이들이 달렸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반이 꼴찌와 다를 바 없었는데, 다섯 번째 도영이와 여섯 번째 범용이가 죽을 힘을 다해 2위까지 끌어올려놓았습니다. 뒤를 이은 일곱 번째 주자 현제가 나는 듯이 달려 1위로 역전을 시키더니, 마지막 주자 진하가 1위를 굳혀놓네요~!
지켜보던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기쁨에 함성을 지릅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우리 반 분위기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뿌리 깊은 무관심과 패배주의가 슬슬 자취를 감추더니 녀석들이 순간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꼴찌라도 상관은 없었습니다.
녀석들이 순간을 즐기겠다는 마음의 자세만 갖추어져 있었다면요.
그런데 준우승까지 했으니 얼마나 마음이 기쁜지요.
오늘 우리 반은 우승보다 더 같진 준우승을 했습니다.
윤희씨, 축하해 주실거죠?
비산중학교 2학년 9반!!
쌤이 오늘 너~무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내가 너희들 담임이어서!!
오늘 애썼어~ 주말 동안 푹 쉬고 월요일에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

우리 아이들을 위해 체리필터의 ‘오리 날다’를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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