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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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소동
장연순
2017.04.22
조회 159
그 동안 안녕하셨어요, 윤희씨~^^
정말 오랜만에 사연을 올려보는 것 같아요.
그 동안 저는 직장을 옮겨서 꽤 만만치 않은 적응기를 보내고 있었거든요.
오늘은 꼭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기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오랜만에 꿈음 게시판에 노크를 해 본답니다.

새로운 학교에 전입한 지 두 달.
저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과 날마다 인연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교직 경력 17년 만에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은 저에게 미지의 영역입니다.
충동성 100%의 순도를 자랑하는 녀석들의 적개심과 반발심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입니다.
착하고 좋은 선생님에게는 참기 힘든 정도의 장난기와 산만함으로, 강한 카리스마의 선생님에게는 밉살머리스러운 말대답과 냉소적인 표정으로 응대합니다.
누구에게도 마음 한 곁도 내주려하지 않습니다.
담임교사인 저는 녀석들의 이런 태도를 어떻게 고쳐주어야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밤 9시까지 함께 남아 야간자율학습을 감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름하여 ‘명품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 체험’입니다.

교감선생님과 주변 선생님들의 우려를 등에 업고 야자를 감행하던 날,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싫어할 거라 생각하며 학부모님의 민원까지 각오하며 감행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측과 달리 교실에 남아 있는 아이들 표정이 너무 밝은 것입니다.
모두 귀가해버리고 학교는 텅비었는데도 말입니다.
통원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갔던 아이마저 군소리 없이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이윽고 저녁 식사시간이 되어 비록 편의점 도시락이지만 즐겁게 먹는 녀석들에게 물었습니다.
텅빈 학교에 우리 반만 늦게 까지 남았는데, 그게 그리도 즐거운 일이냐고?
녀석들 왈, ‘학원 안 가도 되고, 친구들이랑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선생님 1박 2일로 하면 안 되나요?’
허! 유구무언.
그야말로 저는 입은 있으되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 겨우 열다섯 살, 친구와 함께 마음껏 뛰어놀아야 할 우리 아이들입니다.
청춘이 누려야 할 권리는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요?

그날 우리 반은 즐거이 9시를 꽉~꽉 채우고 귀가했습니다.
아이들 하는 태도를 보아가며 8시쯤 귀가시키고 생색을 내라던 동료의 충고가 무색하기만 합니다~^^;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라며 교실을 빠져나가는 녀석들의 표정과 음성이 어느 때보다 밝습니다.
중정을 통과해가며 질러대는 남학생들의 고함소리가 청춘들의 억눌린 비명처럼 들려왔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들은 저와 한걸음 가까워졌습니다.
다행히 수업태도에도 변화가 있다는 동료들의 증언도 하나 둘 들려옵니다.

아이들과 저, 중간고사를 치르고 5월 2일 봄소풍을 갑니다.
이제는 현장체험학습이라 부르는 것이 옳지만, 저는 더 이상 아이들에게 학습을 강요하지 않으려합니다.
그저 아이들과 마음껏 소리지르고 뛰어놀면서 인생에 소중한 한 컷 남겨보렵니다.
윤희씨, 저와 우리 반 아이들을 위해 응원 보내주세요~^^

신청곡은 옥상달빛, ‘수고했어 오늘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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