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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음악이 별빛으로 물드는 시간.. #507
김대규
2017.03.08
조회 160
신청곡입니다..
□ 브로콜리너마저 <할머니>
어릴 때부터 저를 특히나 예뻐해주시고, 귀여워해 주셨던 할머니는 나이가 드시고도 무청 정정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런 할머니도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일명 '치매'에 걸리셨습니다..
툭하면 집을 나가서 행방불명이 되신 걸 경찰의 도움으로 찾은 적도 몇번 있었고, 조금씩 가족들을 못알아보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저는 기억하셨습니다..
큰손주라고 장손이라고 어릴 때부터 예뻐해주시더니, 그런 정신에서도 저만큼은 기억해주셨습니다..
하지만, 그런 할머니의 행동에 지친 가족들은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기로 결정을 하고, 할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시러 가는 길에 제가 동행을 했더랬습니다..
처음엔 어디 놀러가는 줄 알고 어린 애처럼 마냥 좋아하시던 할머니는 요양원 관리실에서 입원수속을 받는 모습이 불안하셨던지 제게 나지막히 한마디 하셨습니다..
"나 버리고 가면 안돼.."
그 순간 왈칵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정말 어렵게 참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차 안에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 뒤로 한달에 한번씩 온가족이 할머니가 계시는 요양원을 찾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야위어가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곳에서 2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신 할머니는 어느 날 갑자기 먼 곳으로 떠나셨습니다..
그렇게 할머니를 떠나보낸지 10년도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할머니께서 그나마 정신이 어느 정도 온전하셨을 때, 할머니랑 단 둘이 한겨울에 어린이 대공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비록 쌀쌀한 날씨였지만, 대공원에 있는 동물들을 보며 마냥 좋아하시던 모습도 기억이 나고, 돌아오는 길에 근처 중국집에 들러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켜 먹으면서 고맙다고 하시던 모습이 가끔 떠오르곤 합니다..
왜 좀 더 진작 할머니와 함께 그런 시간을 갖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듭니다..
처음 요양원에 모시고 갔던 날, 할머니께서 제게 건넨 마지막 그 한마디는 두고두고 뇌리에 박혀있습니다..
그러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었다고 아무리 스스로를 다독여봐도, 그 당시의 그 죄책감은 두고두고 썻어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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