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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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같은 관계에 얽매여...
김은경
2017.03.06
조회 101
휴대폰의 연락처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 내려갔습니다.
가족, 직장 동료, 친구, 아는 사람...
수 백명의 이름 중 몇 년 동안 연락이 없던 이름을 지우려다가 그래도 혹시..하는 마음에 또 제자리입니다.
봄이 오면서 더 늦기 전에 모임을 가져야 유지할 수 있는 관계들이 떠오릅니다.
직장은 5년 주기로 인사이동이 있는 터라 지난 번 같이 근무한 동료, 함께 했던 독서 모임, 맥주 마시는 모임 등 자리를 옮길 때마다 모임이 두서너 개씩 생깁니다.
인사 이동이 있었으니 또 한 번 봐야할 터이고,
친구들도 안부를 확인할 겸 한 번 모여야 할 터이고,
아는 사람들도 너무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되면 대면대면해질까봐 한 번 모여야겠고...
이런 생각들을 하니 마음이 분주해지고 복잡해집니다.
연락을 해야 하고, 시간과 장소를 정해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되느니, 안 되는니 하는 조정을 해야하고,
메뉴를 정해야 하고...
생각만으로도 골치가 아파서 그냥 가만히 있을까? 하는 유혹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이런 관계들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저를 옭아매고 있어서 내가 나다운 걸까?
누구의 친구, 누구의 동생, 누구의 동료로 있을 때 내가 누구인지가 명확해지는 걸까?
이 모든 수식어를 제거하고 남는 것이 나인가?
이런 질문들을 하면서 무엇인가 선명하고 맑아지기보다는 거미줄에 감긴 생명체처럼 점점 숨이 가빠옵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고, 다만 잠시 쉬어 가자고 저를 다독여봅니다.
정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답은 없고 선택만이 있는 우리 삶은 상인지 벌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올봄, 잠시 만남을 미루고 저 자신과 대면해 보려고 합니다.
용기있게, 한 번 홀로 서 보려고요.

김동률의 '출발'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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