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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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에게
장연순
2017.02.22
조회 106
수분을 머금은 비구름마저 봄을 재촉하는 오늘입니다.
얼굴에 느껴지는 빗방울을 피해서 무거운 발을 재촉하며 집을 향했습니다.
해가 길어질수록 왜 이리 몸은 노곤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춘곤증의 여파일까? 라며 중얼거리는 순간 전화벨이 울립니다.
‘고모, 나 내일 집에 갈 거야.’
18년째 함께 살고 있는 조카의 목소리입니다.
‘부안?’
‘어, 엄마가 그사람 보고 싶대.’
부안은 저와 조카의 고향이자 나의 엄마와 오빠, 올케가 살고 있는 곳입니다.

겨우 5일 전에서야 저는 조카에게 연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몇 달 전부터 방문을 꼭 닫고 늦은 밤까지 통화를 계속하는 조카를 보며 몇 번이나 ‘너 요즘 연애하냐?’라고 묻고 싶었지만, 혹시나 헛발질일까 싶어 꾹 참았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꼬박꼬박 외출을 하며, 지인들 이름을 읊어대기에 의심은 갔지만, 그래도 참았습니다.
그런데 5일 전, ‘조카야, 너 요즘 사람만나?’라고 묻는 제 직설화법에 조카 또한 직구로 답합니다.
‘응.’
그 말을 듣고 나니 머리가 멍, 했습니다.
다 큰 녀석이 제짝을 만났으니 잘 되었다 싶어, 나도 모르게 입꼬리는 미소를 짓지만, 조카의 방문을 닫고 돌아서는 제 마음의 한켠은 휑하니 뚫린 것만 같았습니다.
18년의 세월을 함께 했는데,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이 마치 소중한 보물을 잃어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말에는 그사람과 함께 고향에 내려간다고 통보를 하네요.
부모님과 할머니에게 선보이고 싶다면서요.
조만간 날을 잡아 저와의 만남도 주선하겠다고 하는데,
막상 저는 만나고 싶은 마음이 반. 만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반입니다.
이런 게 부모 마음일까요?
제가 비록 생물학적으로 엄마가 되어 본적은 없지만, 조카와 18년을 함께 살아오는 동안만큼 엄마의 심정으로 조카를 보살펴왔나 봅니다.
안정을 찾지 못하고 서성대는 이 마음의 정체가 무얼까 싶습니다.
가만히 앉아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니 서운함인가 봅니다.
이 마음의 정체는.

서운한 마음을 누를 길 없지만, 오랜 시간동안 외로웠던 조카를 생각한다면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된 것을 축복해줘야 하겠죠?
자꾸 익숙한 과거에 연연해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변화의 흐름에 삶을 적응시키는 것이
나이 듦의 현명함이라며 저 자신을 다독여봅니다.
이 봄과 함께 시작되는 공개커플의 사랑을 축하합니다.
조카와 그사람 모두 이번 주말의 만남이 은근히 긴장될 텐데,
두 사람이 그 시간을 무사히 치러낼 수 있도록 윤희씨가 응원해 주셨으면 해요.
조카, 예비 조카 사위, 월하의 짝을 만나게 된 것을 축하해.
평생토록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주며 행복하게 살아.


신청곡은 조규만, 다줄거야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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