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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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
강문정
2016.09.26
조회 63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까.
사이가 참 좋았던 우리의 5년여의 시간들.
그리고 멀어져버린 4년의 시간들.

그날... 정말 누군가를 만날 거라 생각지도 못했던 그 날.
우연히 마주친 우리들. 너와 나의 사이를 모르는 여러 사람들틈에 있을 땐,
가면을 쓰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할 수 있었는데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너와 나 단 둘이 오두커니 남아버린 순간.
흔들리는 내마음을, 지나간 과거속에서 헤매이고 있는 나를 단호히 다그쳐가며
다짐하고 다짐했던 내 마음이 무너져버릴 것만 같았어.

안녕?
잘지냈어?

아무렇지 않게 건낸 인사,
평범하게 받은 안부 인사.
"응, 잘지냈지."
아니, 사실 난 잘 지내지 못했어.
난 너와의 추억때문에 못하는 게 많아졌거든.
너와 마주칠까봐, 아니 네가 생각날까봐.
우리가 자주 보러간 공연장, 우리가 자주만난 신촌의 대학 캠퍼스,
우리가 대학로로 공연보러갈 때마다 자주 탔던 그 버스.
나의 20대의 반절을 너와 함께 했기에 서울 곳곳에 너와의 기억이 선명하거든.
그래서 너와 헤어진 후에 나는 어딘 가를 가는 것이 두려워지더라..

너와 단둘이 지하철에 남았을 때,
난 너와 무슨 대화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아.
쿨한 척 이미지메이킹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네가 나에게 한 별뜻없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나는 갖은 양념 넣어가며 김칫국을 끓이고 마시려고 하더라..
마음 속으로 끓여가던 김칫국을 엎어버리고 무너져가는 떨리는 마음 부여잡고, 웃어지지 않는 입술을 길게 늘리며 억지로 웃어보이며,
나는 잘 살고 있다는 듯 네게 내 근황을 전해주었고, 너는 그 때 처럼 내 이야기를 가만가만히 들어주었어.

나 이제 내려야 한다, 안녕.
그래 잘가, 안녕.
응, 다음에 볼 수 있으면 보자.

길게 느껴졌던 지하철 여정에, 너는 내렸고.
나는 그 자리에 남아있었지.
그 옛날처럼 말이야.
너는 내렸지만, 나는 버스에 남아있었던 그 때.
그리고 그 옛날과 다른 건,
너의 내리는 뒷모습을 지켜보지 않는 나.
혹시라도 나를 보고 있을 너의 모습이 기대되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냉정한 너의 걸음걸이에 상처받을까봐
내 손에 있던 꽃다발에 시선을 고정해버려.
꽃이 잘못한 게 아닌데..
꽃에게 슬픔을 토해내는 나를 발견해.

즐겁게 보내려고 했던 주말에,
예상치 못하게,
너에 대한 감정들로, 너와의 지난 기억들로 나는 잠식해버릴 것 같아.
우리 참 좋았는데.. 왜 이렇게 멀어진걸까?

뮤지컬 지킬앤 하이드 "Someone like you" 같이 들려주세요.
만약 여의치 않다면 다른 곡이어도 상관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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