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20년전 8월초 여름날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홀로 배낭을 메고 경상도 계곡으로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때만 해도 회사에서 쫒겨나 실직상태라 발닿는곳따라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며 세상구경을 하던 때였습니다. 하루는 걷다보니 날이 저무는데, 갑자기 장대비가 내리는것이 아닙니까? 앞은 보이지 않고 눈앞의 개울가는 넘쳐흘러 도저히 건널수가 없어 발길을 돌려 산으로 다시 올라갔습니다.
그때 건너편 숲속 언덕에서 불빛이 보이고 음악소리가 들리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이겐 왠 구세주야! 신나서 불빛을 쫒아가니 집이 한채 있었는데, 문이 엄청 작더군요. 문을 한참 두두리니 예쁜 여인이 나오는데 유난히 얼굴이 하얗고 미소가 이뻣습니다. 꿈음의 허윤희님처럼 달콤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 어서오세요" 하는데, 부드럽고 친절한 자태에 넋이 나갈 지경이 되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한영애님의 목소리가 분명한 '루씰'이란 노래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조금있다가 부엌에서 덜거덕거리는 소리가 몇번 들리더니 그여인이 반찬이 없다며, 먹다남은 옥수수 2개와 정체를 알수없는 삶은 고기 몇점을 주더군요. 세상에나! 배가 너무고프고 추었던지라 그 음식이 그렇게 맛있었습니다. 하여간 이런저런 하소연도 듣고 다정한 대화?의 밤을 보내고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에 잠자리가 질퍽하여 깨어보니 집은 온데간데 없고 묘지사이에 제가 누워있는게 아니겠씁니까?
잠자리 옆에는 오래된 옥수수2개와 쥐뼈로 보이는 것들이 뒹굴고 있었습니다. 제가 꿈을 꾸었나 하고 마을로 내려오는데, 촌로한분을 만나 간밤의 사정을 말씀 드렸습니다. 내가 여인의 인상착의를 말씀드리니, 노인은 무릎을 치며 좋은일 하였다 하십니다. 노인이야기는 여인은 돈벌러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실성하여 죽었는데, 한영애님의 노래를 좋아하여 밤낮으로 그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달래었다 합니다.
돌아서서 무덤가를 향하여 합장하고 여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아직도 그여인의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때 밤새도록 황홀하게 듣던 그노래 한영애님의 '루씰'을 들으며 한많던 여인의 명복을 다시한번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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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못할 20년전 8월3일 이야기
송대근
2016.08.03
조회 75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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