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년 전, 환갑이 넘으신 아버지께서 수술을 받기 위해 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일입니다.
옆 침대의 여든이 넘으신 한 할아버지께서 아버지에게 물어보셨습니다.
"몇 살이에요?"
"아 저 이제 환갑 넘은지 3년 됬습니다."
"아이구 좋겠다. 내가 그 나이면 못 할게 없겠다."
헛헛..
나이란 게 그런 거구나.
당시 32살이던 저는 '내가 20대면 정말 못할게 없겠다.' 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거든요. 나이란 게 정말 숫자에 불과하구나. 그 때 회사일과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참 고민이 많았거든요.
일년 후에, 그러니까 작년 9월, 회사에서 어이없는 발령이 났습니다. 자세한 건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약속도 지키지 않고, 희생만 강요하는, 뭐 그런 발령이었죠.
많이 고민했습니다.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발령 후 연수원에서 교육받는 도중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처음 두세달은 토플, GRE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그 이후에 사단이 났습니다.
그동안 누적되어 온 스트레스, 공허함, 고민 등이 한꺼번에 폭발했는지, 깊은 우울증, 불면증에 빠졌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는 생활이 계속되었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아내에게도 너무 미안했구요.
그러다가 '꿈음'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라디오 따위를 왜 듣나 했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하니 친구를 만나는 느낌도 나고 해서 매일매일 들었습니다.
두어달을 그렇게 보내고 조금씩 회복하고 나서 결국에는 다시 일어섰습니다.
며칠 전 독일의 한 학교에서 입학 허가도 받았습니다. 얼마전에는 아내랑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구요. 밤늦게까지 공부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꿈음'이랑은 조금 멀어졌네요....좋은 건지 나쁜건지! 오늘도 며칠만에 듣는 거네요.
이렇게 라디오 사연 보내면, 감사한 사람에게 인사를 전하던데, 저도 한번 해 보고 싶어요.
안정적인 대기업이던 전 직장을 사직하고 꿈을 쫓아가자고 나를 설득했던 아내에게 정말 내 가슴 저 아래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표하고 싶어요. 대부분의 아내는 반대했을 거에요. 서른 중반을 보는 나이에, 앞으로 20년이 보장된 직장을 포기하고 아무것도 없이 떠나야 하니까요. '빵기'야 정말 고마워, 더욱 행복하게 사랑하고 살자!
그리고 곁에서 묵묵히 아무런 내색않고 응원해준 양가 부모님께 너무 감사합니다. 저를 믿고 묵묵히 견뎌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뵙지 못할 거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더 큽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제게 있을 줄 알았던 것처럼, 무심하게 "내가 그 나이면 못할 게 없겠다." 라고 한 마디 던지셨던, 2년 전의 그 이름모를 할아버지께도 감사합니다.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제게 몇번이나 같이 일하자고 연락을 주셨던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잘못 산 건 아니었던 것 같더라구요. 제가 우울증에 빠져 있던 터라 답장을 드리지 못했지만, 제가 힘내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퇴직 후에, 전 직장 동료들, 선후배들, 지금까지 만나지 않았습니다. 기쁜 대화를 할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혹시라도 듣고 있다면 미안하는 말 꼭 전하고 싶구요. 게다가 저를 아껴주신 오부장님께는 더욱 죄송하다는 말 전하고 싶네요.
'꿈음' 듣다보니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것 같더라구요. 모두들 힘내시길 바랍니다. 다시 일어서서 하고 싶은 일 하고 기쁘게 살면 좋겠네요.
'정답'이란 게 존재하는 문제는 사실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때로는 내가 정하면 그게 정답이죠. 아, 이 명언도 '꿈음'에서 '오늘의 한마디'로 나왔던 말이죠! 이 말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네요.
아, 하고 싶은 말이 워낙에 많아서 두서가 없었네요. 여튼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좋은 밤 되시구요.
* 게시판 성격 및 운영과 무관한 내용, 비방성 욕설이 포함된 경우 및
기명 사연을 도용한 경우 ,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게시판 하단, 관리자만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 입력란]에
이름, 연락처, 주소 게재해주세요.
* 사연과 신청곡 게시판은 많은 청취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사적인 대화창 형식의 게시글을 지양합니다
"내가 그 나이면 못 할게 없겠다."
최성원
2016.07.06
조회 62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