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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던 그 사람을 몇 미터 앞에다 두고
홍경석
2016.05.06
조회 348
어버이날은 근무라서 어린이날이 합당하지 싶었다. 하여 야근을 마치고 쉬는 날인 어제 어린이날에 아산(온양)으로 가는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미리 연락을 드린 덕분에 숙부님께선 제수씨가 운영하는 가게로 오셨다.
헌데 초췌한 기색이 역력하여 그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작은아버지 어디 편찮으세요?” “응 고뿔이 당최 안 낫는구나. 그래서 요새는 밥도 제대로 못 먹어.” “어이구~ 그럴수록 더 잘 드셔야 됩니다. 어서 가시죠. 제가 돼지갈비 사드릴게요!”
준비해간 선물과 용돈까지 드린 후 식사의 셈을 치르자니 문득 40년 우정을 자랑하는 D선배가 떠올랐다. "온양 오면 꼭 연락해야 돼!" 지난 3월 딸의 결혼식이 있는 서울까지 올라와준 진정 의리가 샘물처럼 펑펑 솟는 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어디여? 온양관광호텔 뒤의 00식당이라고? 내 금방 가겠네.” 10대 말에 나는 온양온천에서 일했다. 당시 인연을 맺은 선배인데 법 없이도 살 만치로 성정이 맑고 착한 분인지라 지금껏 역시 불변하게 진득한 교유(交遊)를 이어오고 있다.
잠시 후 그 선배가 도착했다. 숙부님과 제수씨, 그리고 조카에게도 작별의 인사를 건넨 뒤 근처의 온양온천 전통시장으로 들어섰다. “우리 경석이가 모처럼 왔으니 내가 크게 한 턱 내마.”
“형, 술과 고기까지 먹어서 많이 못 먹어요. 그러니 배 안 부른 안주에 술이나 더 마십시다.” 온양온천 역 앞에 위치한 온양온천 전통시장은 없는 것 없이 참 많은 걸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의 재래시장이다. 그래서 연중무휴 많은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더욱이 예부터 온양은 몸에도 좋은 천연의 온천으로 소문난 도시이다. 고로 온양을 찾은 관광객들 또한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주머니를 흔쾌히 여는 곳이기도 하다. 우린 전통방식의 통닭구이를 주문하여 소주와 맥주를 먹었다.
“이 맛난 통닭이 한 마리 6천 원, 두 마리는 고작 1만 원이라굽쇼?” 마치 횡재를 한 듯한 기분에 술맛이 더 달았다. “형, 제가 낼게요.” “뭔 소리여? 자네는 엄연히 손님이나 당연히 내가 내야지.” 전통시장을 나오니 저만치 온양온천역이 보였다.
“표도 끊어줄 테니 졸지 말고 대전서 잘 내려.” “그럼 서운하니 술 한 잔만 더 합시다!” 한데 3차로 이어진 그 술이 그만 화근이었다. 내가 오른 열차는 천안역에서 하행하지 않고 상행선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크~ 내가 열차를 잘못 탔구나!!’ 그러나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릴 수도 없어 수원역까지 가는 수밖에 없었다. 생각 같아선 수원 근처인 동탄 신도시에 사는 아들을 부를까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괜스레 만취한 아비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도 실은 민폐인 까닭이었다. 수원역에서 다시 오른 경부선 하행선 열차. 이어폰을 낀 스마트 폰에선 마침맞게(?) 가수 김상배의 ‘몇 미터 앞에다 두고’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랑했던 그 사람을 몇 미터 앞에다 두고 나는 나는 말 한마디 끝내 붙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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